주크박스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의 첫 노래 ‘웰컴 투 더 정글’을 부르는 배우들. 콘서트인 듯 환호하며 즐기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 배우들은 자주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간다. /신시컴퍼니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이 공연 중인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엔 공연 시작 30분 전쯤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 위는 이미 시끌벅적하다. 스코틀랜드 어느 동네에선가 들렀던 것 같은 영국식 주. 펍(pub)의 모습 그대로다. 관객은 그 위에서 배우들이 직접 따라 주는 무알코올 맥주잔을 함께 부딪히며, 이런저런 게임도 같이 하면서 기념사진도 찍는다. 배우와 관객이라는 구분이 사라진 자리, 마치 펍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다. 이 펍의 단골손님들 이야기 속으로 관객이 먼저 젖어들게 하는 프리쇼(preshow)다.
펍의 이름은 ‘정글’. 관객이 객석으로 돌아간 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부르는 첫 곡은 전설적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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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야근을 한 가여운 영혼도 흔들어 깨울 수 있을 것 같은 기타 전주가 시작되면, 극장은 즉각 환호와 함성으로 떠나갈 듯하다. 2017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연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 미국과 런던 웨스트엔드를 끓어오르게 한 뒤 한국에 도착한 이 뮤지컬, 시작부터 남다르다.
‘콰이어 오브 맨’을 빛내는 것은 무엇보다 음악이다. 팝, 록, 포크, 아카펠라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노래 16곡이 잠시도 쉬지 않는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춤과 함께 러닝타임 100분을 꽉꽉 채운다. 퀸의 ‘섬바디 투 러브’, 시아의 ‘샹들리에’ 등 전주만 들어도 절정이 그려지는 히트곡들이 펍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이어진다. 한국 공연에는 이소라의 ‘제발’도 추가돼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극장 전체는 이미 떠들썩하고 흥겨운 펍이 된 것 같은 분위기. 여기 녹아든 관객들은 콘서트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한다. 각자 솔로곡뿐 아니라 합창으로 재편곡된 노래들을 함께 부르면서 악기 연주까지 소화하는 배우들의 다재다능함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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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배우 9명은 모두 실제 자기 이름 그대로 출연한다. 어디까지 대본이고 어디서부터 배우의 고백인지 모를 사랑과 이별, 일상과 인생 이야기들이 노래에 녹아 있다. 대사와 유머 곳곳에 ‘나는 솔로’나 ‘다이소 상품권’ 같은 친숙한 소재를 녹여 넣은 덕에 관객의 경계심도 눈 녹듯 금세 사라진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더 즐거운 작품. 무대 위 배우들은 자주 관객에게 말을 걸며 도움을 청한다. 일단 무대 위로 초대되면 배우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카드 쌓기 같은 게임도 함께한다. 배우가 연인이 된 듯 관객의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줄 때도 있다. 그때그때 관객의 즉흥적인 반응이 이 뮤지컬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등을 만든 신시컴퍼니의 라이선스 신작 초연. 2022년 올리비에상 희극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콰이어 오브 맨’의 펍 ‘정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해묵은 근심 걱정 따위 대륙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내년 1월 3일까지. 14세 이상 관람가, 6만6000~9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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