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위원회가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인구전략기본법으로 개정된 이후 수립된 첫 기본계획이다. 기본계획은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그간의 대응을 넘어 인구전략의 전환을 공식화한 첫 계획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저출생과 고령화를 각각 대응해야 할 정책과제로 다뤘던 저출산고령사회에서, 변화한 인구구조를 전제로 국가와 사회의 작동방식을 재설계하는 인구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기본계획은 인구 변화를 늦추는 데 머물지 않고, 변화된 인구구조의 사회적 조건 위에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도록 노동, 돌봄, 교육, 주거, 지역의 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기본계획은 청년의 생애과정 지원, 품격 있는 노년 보장, 기술혁신 기반 역량사회 실현, 열린사회 상생시스템 구축을 네 축으로 한다. 청년·여성의 경제사회적 참여와 출산·양육을 지원하고, 노후소득과 일자리, 돌봄과 생활환경을 보강한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에 대응하는 생애주기별 역량을 높이고, 다양한 가족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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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기본계획의 변화는 특히 세 가지 。에서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를 대표지표로 설정해 인구전략의 초。을 출생률이라는 양적 변화로부터 삶의 질 제고로 전환했다는 。이다. 이는 단순한 지표의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낮은 출생률은 사회 구성원의 현재 삶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낳은 결과라는 성찰 위에서, 낮은 출생률이라는 현상보다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삶의 조건을 변화의 시발로 삼는다는 .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출산은 주거와 일자리, 돌봄과 교육, 관계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쌓여 만들어지는 개인의 생애 선택이다. 청년이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고, 출산을 경력과 맞바꿔야 하며, 노년의 삶이 비참하다면 낮은 출생률은 정책의 목줄만으로 끌고갈 수 없다. 그런 .에서 삶의 만족도를 인구전략의 대표지표로 삼은 것은 정책의 목표를 숫자에서 사람으로 옮긴 의미 있는 변화다.
둘째, 기본계획이 기술 전환과 다양성의 증가 등 거시적 전환의 시대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포용한 。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래의 기술은 청년의 일자리와 연동되고, 양질의 노인 돌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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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테크를 활용하는 청년 돌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돌봄 로봇과 AI 건강관리 등을 노인 돌봄에 접목하는 구상이 그 예다.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기 위한 법·제도의 개선과 이주민의 정주 지원은 가족 형태와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배경이 다양해지는 사회 변화에 대한 응답이다. 이는 새로운 인구전략은 이제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다양한 사람을 정책의 출발.으로 삼고 있음을 뜻한다.
셋째,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온 청년을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호명하고 인구전략을 전 생애주기적으로 설계한 。 또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서 청년은 흔히 결혼과 출산의 주체로 호출됐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주거와 일자리, 자산 형성, 돌봄과 역량 개발을 필요로 하는 독립된 삶의 주체로 등장한다. 이는 인구정책의 시야를 출산과 노년이라는 특정 시。에서 한 사람의 생애 전체로 확장한 변화다. 이제 인구정책은 한 사람의 삶 전체와 그것을 둘러싼 사회 조건을 바꾸는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계획의 언어가 달라졌다고 인구전략의 판이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인구전략이 국민 삶의 질적 변화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