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을지대 스포츠레저산업전공 교수(51)는 엘리트 보디빌더 출신이다. 1992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스터코리아 학생부 75kg급에서 우승했고, 1995년 대학교 3학년 때 미스터인천 대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입상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운동을 즐겁게 짧고 굵게, 매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근육의 크기보다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웰니스(Wellness) 전도사’로 변신했다.
김준수 을지대 교수가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시그니처짐 동대문.에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엘리트 보디빌더로 활약한 그는 “강도 높은 운동보다 적당히 즐겁게 해야 운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은석 기자
김 교수는 최근부터 “살을 빼려면 운동하지 마라”고 말한다. 그는 “이는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려면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평생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오히려 살이 잘 안 쪄요. 그런데 운동을 어쩌다 한 번씩 했던 사람들의 경우 식욕과 대사 역치가 높아져서 살이 더 잘 찝니다. 운동하다 쉬었을 때 몸은 이미 활성화돼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거든요.”
김 교수가 말하려는 것은 ‘운동 무용론’이 아니다. “운동할 거면 평생 할 각오로, 제대로 배워서 매일 하라”는 메시지다. 그는 “운동은 ‘밥 먹듯이’ 매일 해야 효과가 있다. 그래야 몸이 적응하고 반응한다”고 강조한다. 운동을 안 하면 몸은 원.으로 돌아간다. 그 자신도 매일 새벽 5시 공복 상태에서 20~30분씩 운동한다. 근력 운동뿐 아니라 명상, 스트레칭을 할 때도 있다.
김 교수는 “운동도 강도 높게 하기보다는 적당히 즐겁게 해야 오래 한다”고 주장했다
알라딘주소
. 그가 강조하는 운동 방식의 핵심은 ‘하프 트레이닝’과 ‘서킷 트레이닝’이다. 벤치프레스를 할 때도 중량을 줄여 근육 가동 범위를 3분의 1만 쓴다. 대신 벤치프레스-크로스오버-딥스-덤벨컬 등 5개 종목을 쉬지 않고 돌아가며 한 세트로 묶는다. 각 종목을 번갈아 12~15회씩 하는 게 1세트, 세트 간 휴식은 30초 이내다. 이를 5세트 한다.
“동작을 풀로 하면 관절 부상 위험이 커요. 보디빌딩 선수처럼 근육 선명도를 높이고 볼륨을 크게 하는 게 아니라면, 하프로도 근육 파워는 충분히 키울 수 있어요. 남들이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운동이 되냐?’고 하지만, 파워를 키우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무게를 낮추고 짧은 시간 하지만, 강도는 만만치 않다. 특정 운동을 지속하고 휴식 기간을 짧게 주는 인터벌트레이닝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워준다. 운동 사이 휴식을 제대로 취하면서 할 때보다 운동량과 강도가 훨씬 세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하이록스(Hyrox)’와도 맥이 닿는다. ‘하이브리드(Hybrid)’와 ‘엑서사이즈(Exercise)’의 합성어로, 유산소 지구력(러닝 4~8km)과 기능성 근력 운동이 결합된 피트니스 서킷 트레이닝 레이스다. 2017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규칙과 코스로 진행되는 실내 피트니스 스포츠로, 참가자의 체력과 지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하이록스처럼 극한으로 몰고 가자는 게 아니라, 유산소와 근육운동을 적당하게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시즌
.
김 교수는 요즘 일부에서 유행하고 있는 ‘탄수화물 제로’ 다이어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입니다. 특히 뇌에서 꼭 필요합니다. 안 먹으면 무기력해지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근 손실이 일어날 수 도 있죠. 살 빠지면서 즐거움 없이 사는 것보다, 적정량 섭취하고 소비하면서 즐겁게 사는 게 맞아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합니다. 매일 운동하면 건강해집니다.”
김 교수는 야구선수를 꿈꿨다. 인천 상인천중에서 야구하다 고교 1학년 때 허리를 다치면서 야구를 접었다. 재활을 위해 찾은 것이 보디빌딩이었고, 선인고에서 본격적으로 바벨에 매달렸다. 고교 때 우수 성적 덕분에 체육 특기자로 인천대에 입학했다.
김준수 교수의 학창시절 모습. 김준수 교수 제공
선수 생활은 길지 않았다. 1998년 인천 주안역 근처에 큰 규모 체육관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헬스장은 남자들만의 체육관이었다. 남녀 탈의실도 없었고, 러닝머신을 창가에 배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 김 교수는 서울 큰 호텔 등 멤버십 센터에서 익힌 노하우를 접목했다. 안내데스크를 뒀고, 등록·청소·지도 업무를 분업화했다. 러닝머신 10대를 창가에 배치했다. 그러자 여성 고객이 크게 늘었다.
“2015년쯤부터 보디빌딩과 헬스란 용어가 피트니스로 바뀌었고, 저도 그 전환에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웰니스 시대예요. 피트니스는 운동과 체력만 강조하지만, 웰니스는 먹고, 쉬고, 운동하는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최근 러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헬스 인구가 줄어든 현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러닝은 활성산소가 엄청나게 발생하는 운동입니다. 최근 젊은 여성이 러닝 중 사망한 사례도 있잖아요.
온라인 릴게임
달리면 체중의 3배가 무릎·허리에 실리기 때문에 저처럼 95kg인 사람은 300kg를 들고 뛰는 셈입니다. 젊을 때는 버티지만 2년, 3년 쌓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고 노화도 빨라집니다. 결국 근력 운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김준수 교수는 국제 대회 심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준수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사업을 하면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 인천대와 인하대에서 운동생리학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하대에서 겸임교수를 오래 했고, SCI급 논문과 국내 등재지에 ‘보디빌딩 선수들의 다이어트’, ‘시간제한 식이요법(간헐적 단식)’ 관련 연구를 다수 투고했다. 그리고 2019년 을지대 전임 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의 시선은 개인 건강법을 넘어선다. 현재 국내 스포츠지도사는 65개 종목에 약 60만 명. 전국 3만여 개 요가·필라테스·헬스장·골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만 1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자격증 소지자일 뿐 법적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한다.
“국민 건강을 실질적으로 지키는 분들이 이분들인데, 성추행 문제 같은 자격 관리나 권익 보호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요. 보수교육·재교육 체계를 만들어 자격증의 질을 관리하는 협회를 설립하고, 국회에서 공청회도 진행 중입니다. 이분들이 제도권 안에서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국민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로서 제 최종 목표입니다.”
김 교수는 한국대학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근육운동을 대학생들에게 쉽게 보급하고,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과격한 운동보다는 즐겁고 꾸준한 운동을 강조한다.
“운동은 한 달 하고 1년 쉬는 게 아닙니다. 평생 할 마음으로 조금씩, 매일, 제대로 하세요. 그게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ht: 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