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산에서 뻗어 지리산 거쳐 여수 백아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DMZ가 만나는 봉우리에서 순례단이 생명평화의 깃발을 흔든다.
"'지뢰를 밟지 않게 하소서.' 긴 순례를 떠나는 아들을 위해 순례자 어머니께서 기도를 하십니다. 요즘 연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DMZ 일대에서 발생한 지뢰사건을 들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우리가 걷는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비무장 지대 DMZ에 설치된 지뢰가 사라지게 하소서.' 지뢰를 설치하는 일도, 지뢰를 밟고 크게 다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날을 향해 걷습니다."
종교인들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까지 민간인통제구역 철책선을 따라 22일 동안 DMZ생명평화순례를 했다. 이들이 22일동안 걸어온 길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진부령을 넘어 향로봉, 두타연, 평화의댐, 오성산, 수피령 넘어 철원, 연천,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까지 민간인통제구역을 넘나들며 이어졌다.
침묵으로 기도하며 온 길은 한결같이 1950년 정전협정을 시작한 뒤 2년 동안 군인들 '시체로 시체를 묻는 고지전'을 벌였던 지역이다. 철의 삼각지대, 백마고지, 임진강 고랑포전투, 경의선 철교가 있는 임진강 독개나루 등 6.25 전쟁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격전지이다.
▲ ?민간인통제구역 안팎을 넘나들며 410킬로를 걸어온 DMZ생명평화 종교인순례단이 목적지인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 도착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 낙조를 배경으로 자리했다.
또한 순례단이 걸어온 길은 남북의 산줄기가 만나고, 물줄기가 분단선인 DMZ를 통과하는 지역을 걸어왔다. 처음 진부령 넘어온 향로봉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중 유일하게 DMZ남방한계선 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백두대간 줄기이다. DMZ와 백두대간이 만나는 곳이다.
두타연은 금강산 장안사에서 발원해 DMZ를 흘러온 두타천의 소(沼) 중 하나다. 화천과 양구에 속한 '평화의 댐'은 북한산 줄기에 만든 댐이다. 북한이 '63빌딩이 물에 잠길 정도의 수공(水攻)'을 벌이려고 금강산댐을 짓는다는 주장으로, 유치원생의 코 묻은 돈까지 걷어 만든 댐이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금강산댐을 짓지 않았다. 남북이 결코 마주 앉을 수 없는 시대에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 만든 셈이다.
그렇게 만든 댐 아래서 순례자들은 하늘과 땅에 절을 하며 화해의 인사를 하는 '평화의 춤'을 췄다. 오성산을 돌고 수피령을 넘어 철원 땅으로 넘어서면 임진강으로 한탄강이 흘러가는 길을 걷는다. 순례 19일째 연천 백학에서 임진강을 건너와 DMZ 서쪽 끝인 파주 적성으로 왔다. 북쪽 백두대간 두륜산에서 발원한 임진강이 연천에서 DMZ를 넘어와 파주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서쪽으로 휘어 흐르는 출발。이다.
파주에서 순례단 발길을 제일 먼저 세운 곳은 임진강변에 있는 북한군 묘지였다. '죽은 자는 더 이상 적(敵)이 아니다'며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인민군과 중국군 전사자들을 묻고 적군묘지라고 불렀는데 중국군 전사자 유해를 중국으로 보낸 뒤 북한군 전사자들만 남았다.
"순례자들의 거침없는 고요한 행진을 묵묵히 따르며, 때로는 예수 기도 <예수 생명. 예수 평화>를 때로는 자연 관상을 하며 걸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가을풍경을 누리며, 지금, 여기의 평화를 잘 누리며 체화하는 길이 전쟁과 폭력의 소문으로 요란한 세상 가운데서 평화의 증인으로 사는 길의 기본임을 새긴다.
오후에 파주 적성면에 있는 북한군 묘역에 들려 이들을 추모하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예식을 드렸다.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전쟁과 민족 상쟁의 죄와 허물을 덮는 흙 한 줌과 해원과 안식을 염원하며 노오란 국화 한 송이를 묘지에 바쳤다."
▲ ?순례단이 파주 적성 북한군 묘지에서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식을 하고 있다.
순례단이 파주에 온 날 하루를 함께했던 인천 새봄교회 이진권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파주에서 걷는 순례는 모든 길이 철책선에 갇혀 흐르는 임진강변 길이며, DMZ 지뢰폭발 사고로 인한 전쟁을 우려하게 되는 그 지역이다. 370년 전에 미수 허목은 정계은퇴를 한 후 배를 타고 연천에 있는 집으로 오며 '무술주행기'를 남겼다. 지금 우리는 미수 허목이 배타고 집으로 갔던 길을 갈 수 없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대장정이 22일 목적지인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交河)가 보이는 곳이다. 교하는 파주와 김포 그리고 북쪽의 황해도 개풍군 사이에 있는 중립구역 수역이다. 전쟁 이후 단 한 척의 배도 다니지 못한 물길이다.
북에서 남으로 254㎞를 흘러온 임진강이 목적지인 한강과 만나는 곳이다. 한강도 한줄기는 북쪽 백두대간에서 또 한줄기는 남쪽 백두대간에서 흘러와 두물머리에서 만나 여기까지 흘러왔다. 모두 남북에서 흘러 만나는 강이다. 여기서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강물은 남북이 마주보며 대치하는 중립구역을 흐른다. 감리교 평화통일위원회 소속 목사들이 6.15 선언일부터 2박 3일 동안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남과 북 사이의 철책은 더욱 견고해져 갑니다. 신뢰가 없다보니 국경선이란 미명아래 철책을 높이고 곳곳에 지뢰를 설치합니다. 땅은 인간들의 것이 아닌데, 씻지 못할 죄를 짓습니다. 두려움이지요. 자신의 것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 두려움의 에너지를 사랑의 에너지로 어찌 만들 수 있을까요? 대면할 수 있는 내적인 용기를 키워야 합니다. 만나서 음식을 함께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이 때를 준비하며 걷는 게지요. 용기와 신뢰의 마음을 키우는 행위가 순례입니다. 정성이 필요하지요. 그 정성이 채워지면 나와 타자의 굳어진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상대를 향해 활짝 열릴 겝니다. 주님, 지난 10월 1일부터 DMZ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 길이 뭇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되게 하소서."
▲ ?순례단은 22일 DMZ를 걷는동안 수많은 전쟁의 상처를 걸었다. 또 현재 전쟁을 대비하는 시설도 걷는다. 마정2리 대전차방호벽을 걸어오는 순례단
ⓒ 노현기
종교인 DMZ생명평화순례는 3년전 남북이 서로 방송을 틀어대고, 전단을 담은 풍선과 드론이 북으로 날아가고 오물풍선이 남쪽으로 날아오던 때 5대 종단 종교인들이 파주 임진각에서 평화의 종을 울리고 고성을 향해 순례를 떠났던 것이 시작이었다. 날씨도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 치던 때에 서쪽 평야를 걸어 동쪽 백두대간을 넘었다.
올해로 세 번째인 종교인 DMZ생명평화순례에는 천주교 대한성공회,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성직자와 교인들이 참여했다. 22일간 연인원 700여명 중에는 일본과 미얀마 불교 스님들도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걸었고 지역마다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잠자리와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마음을 보탰다. 이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김현호 신부의 DMZ생명평화 순례 마지막날 일기를 썼다.
민통선 철책선 앞마을인 파주 운천리 '순례자의 집'에서 거쳐하며 순례를 제안했던 김현호 신부는 DMZ를 전 세계인들이 생명평화를 기도하며 걷는 순례길이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그 꿈을 위해 23일 오두산 통일전망대 아래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리는 'DMZ생명평화의 길 사람과 지역을 잇는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여는 평화포럼이 이번 순례를 실제 마무리하는 자리라고 한다.
▲ ?종교인 DMZ 생명평화 순례단이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하기 위해 서로에게, 땅에게 절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뢰가 터진 철책선 앞마을은 요즘 많이 불안합니다. 평화가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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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해 남북이 마주앉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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