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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했던 한 청소년
정수(가명)를 처음 만난 건 연일 폭염주의보가 계속되던 2013년 7월이었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이라서 계속 지원하기는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교육복지센터의 요청으로, 생활상담부터 시작해보기로 하고 만났다.
정수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활달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정수는 가정폭력으로 부모님이 이혼하고 서울로 이사하여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싫어서인지 거친 행동을 하게 되었고 눈빛이 맞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문제아로 낙인 찍혀 재미없고 지루한 학교 대신, 피시방과 놀이터, 노래방이 더 친숙했고, 술·담배가 익숙해졌다와이즈파워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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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수는 2학년 때 출석일수 미달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수는 학교를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으나, 엄마의 만류로 다음해 복학했다. 하지만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이후 2년여 방황 끝에 친구관계도 정리하고, 엄마의 노력으로 한 목사님의 후원을 받아 검정고시 학원황금성검증
을 다니게 되었다.
첫 상담자리에서 그렇게 정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학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답답해서 미치겠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표정이 살아난 청소년
정수와는 2013년 7월부터 10월까지 1주일에 한번씩 10번쯤 만났다. 공부, 진로, 고민, 게임, 꿈 등 보통 청소년들이 겪는 꿈과 상처를 이야기하스멕스 주식
곤 했다.
2013년 10월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현, 딜라이브지부) 사회공헌기금으로 성북에 학교밖청소년 대안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고, 정수에게도 제안했다. 정수는 이미 다니고 있던 검정고시학원과 병행하기로 하고 매주 만남을 계속했다. 만날 때마다 슬며시 물어보는 게 정수도 인디학교 개교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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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드디어 인디학교가 개교했고 정수는 매일 검정고시학원을 마치자마자 인디학교에 들러 2~3시간 정도 공부하고 저녁시간이 되면 집에 가곤 했다. 1주일쯤 지나고부터 공부만이 아니라 가족관계, 진학, 진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밝히고 함께 공부하던 형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기 시작했다. 인디학교 개교 한달쯤 되었을 때, 정수는 심각동성홀딩스 주식
한 표정으로 검정고시학원을 그만두고 인디학교에서만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시험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때라 내심 당황스러워서 "그러지 말고 지금처럼 병행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렸다. 그러자 정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6개월 동안 학원에서 멍 때리기만 했어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요. 그런데 엄마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서 그냥 다니고 있었어요. 시험 끝나면 집 나갈 생각도 했어요. 밤마다 한숨도 못 잤어요. 그런데 인디학교에서 한 달 공부하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이제 학원가서 멍 때리는 시간에 인디학교에서 공부 더하는 게 더 좋겠어요."
그날로 정수는 검정고시학원을 그만두고 아침부터 8시간 동안 인디학교에서 공부하였고, 그해 4월 검정고시에 무난하게 합격했다. 정수는 합격 소식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정수의 얼굴엔 표정이 살아났고, 생동감 넘치고 활달한 청소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 인디학교 봄맞이 체험활동?2025년 4월 17일 진행된, 인디학교 봄맞이 '북서울 꿈의 숲' 체험활동. 참여 청소년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린것에 대해 독자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 인디학교
통신기사의 꿈을 꾸게 된 청소년
정수는 이후에도 곧바로 직진하지는 못하고, 또 한 번 방황의 터널을 통과했다. 그러함에도 인디학교에 다니면서 평소 컴퓨터를 조립하고 영상물 제작편집 등에 관심이 많았던 장점을 살려 마을방송 인턴활동을 경험하고, 인디학교 프로젝트수업이나 각종 행사의 영상물을 편집하는 등 인디학교 컴퓨터 수리나 업그레이드를 도맡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정수는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지부와 인디학교의 각별한 관계를 알게 되고 연대활동에 참여하면서 통신기사 취업을 꿈꾸게 되었다. 통신기사로 취업하기 위해서 운전은 필수라는 말을 듣고 바로 운전면허시험에 등록했고 두 달 만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였다. 꿈을 잃고 무기력하던 한 청소년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희망연대노조와 딜라이브지부가 이번에는 취업의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정수는 취업사이트를 통해 한 전자 회사 설치기사로 입사하였고, 현재 7년차 설치기사로 일하고 있다.
▲ 이주배경청소년과 노동자의 만남?2024년 5월 11일 금속노조서울지부사회연대사업으로 진행된 이주배경청소년과 노동자의 문화체험 연대 프로그램으로, 함께 볼링을 하고 있습니다.
ⓒ 사단법인희망씨
청소년들에게는 선배노동자와 교류할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비자발적인 요인으로 공교육 학교를 벗어난 학교밖 청소년과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에게는 진로탐색과 진로설계가 무척이나 어렵다.
주위에서 의미 있는 직업체험과 직업인을 겪거나 만날 기회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대안교육기관이나 복지관 등의 체험활동을 통해서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장래의 꿈을 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복지관이나 놀이터에 가듯이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선배 노동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며 꿈꾸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만물은 스스로 성장한다'고 한다.
"식물은 햇빛과 물과 흙이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제 능력껏 제 모양대로 성장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지혜를 유전자로 담아서 태어나기 때문에 햇빛과 물에 해당하는 자양분을 필요한 만큼 사회에서 흡수할 수만 있으면 건강하게 제 유전자대로 자기 개성을 살려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이고 배움이다."
특히 학교밖 청소년에게 햇빛과 물에 해당하는 자양분을 '청소년과 선배 노동자가 친구 되는 공간'에서 흡수할 수만 있다면 자신 있게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한다. 노동자와 청소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 '희망공간 아띠'를.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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