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국회가 케이(K)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공식 의제로 올렸다. 케이팝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커지는 가운데, 공연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준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케이팝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의원실과 공동 주최로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골드몽사이트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2008년 정부가 ‘저탄소형 녹색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이후 약 17년 만에 열린 실질적인 재정비 논의다.
토론회에는 박수현·민형배·손솔·이기헌·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알라딘게임 참여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박수현 의원은 개회사에서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지속가능한 운영 기준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연 제작·운영·이동·폐기물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친 탄소중립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2007년 영국 기준 릴게임몰 라이브 공연이 음악산업 탄소 배출의 73%를 차지한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콘서트 부문의 탈탄소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 공연에 대한 관심은 확인되지만 일부 공연의 배출량 측정 수준에 머무는 등 국내 대형 기획사의 저탄소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글로벌 케이팝 팬 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2%가 ‘저탄소 콘서트를 더 원 황금성슬롯 한다’고 답한 만큼 시장의 수요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커트 랭어 음악지속가능성협회(MSA) 이사는 빌리 아일리시의 ‘오버히티드’ 공연, 콜드플레이와 매시브 어택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탈탄소 공연 사례가 매년 200~300%씩 증가하면서 관련 비용도 빠르게 줄고 있다”며 저탄소 콘서트가 기후 대응을 넘어 공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바다이야기고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신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팀장은 지난 4월 열린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서 이전 대비 약 50%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대중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전문 공연장 부족, 화석연료 발전기 의존 등 구조적 한계 탓에 업계 자율 노력만으로는 지속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콘진원이 개발한 공연용 탄소배출계산기 등 기존 지원 도구를 공식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대형 기획사뿐 아니라 중소 기획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영 시민사회자치연구소 팀장은 공연·행사 탄소 중립 정책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와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김현목 문체부 콘텐츠정책국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정부에서 이 분야에 대해 준비가 안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공연장 소유와 운영 등의 관계 부처 및 소관 부서가 제각각이라는 점 등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법 규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제도 마련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