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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단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는 전방위적이었다. 에너지 정책(탈원전)에서부터 안보(탈북 어민 북송), 검찰개혁(김학의 긴급출금), 부동산(통계 조작)까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모든 정책을 망라하다시피 했다. 수사 대상도 공직자만 노린 게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라면 민간인도 가만두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다.
장하원은 문재인 정권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장하성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주택신용보증기금대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다. 장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근무 시절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 파견됐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도 참여했지만, 2009년 투자회사를 설립한 뒤에는 금융투자업에 전념했다. 그는 형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회사 경영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외국으로 떠났다. 불필요한 억측과 구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장하원은 형이 정책실장을 행복기금 그만둔 뒤 2018년 11월 귀국했다.
장하원은 2019년 4월 자신이 운용하던 디스커버리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로 지금까지 4년째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포함하면 무려 6년째다. 그가 1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검찰이 3년 전 사기 혐의로 그를 신협 체크카드 기소한 사건은 1,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도 서울남부지검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장하원의 ‘별건’ 혐의를 찾아 2023년 12월 2차 기소한 데 이어, 지난 6월30일에는 ‘또 다른 별건’으로 입건해 3차 기소를 할 태세다.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길래 그는 검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한국은행 지원동기
윤석열 대선 승리 뒤 태도 돌변한 경찰과 검찰
지난 2023년 11월2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건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미국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통해 현지의 대출업체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 대출업체가 유동성 문제로 원리금 상환이 지체되자 사달이 났다. 미국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 부실을 숨기려고 회계부정을 저질렀는데, 이것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미국 자산운용사 대표를 기소했고, 펀드 자산은 동결됐다. 그 여파가 디스커버리 펀드에도 미쳐 환매가 중단된 것이다.
금감원은 2019년 6월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투자자들의 민심이 흉흉할 때였다.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사모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투자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금감원은 베테랑 직원들을 투입해 디스커버리 펀드를 두차례나 조사한 뒤 ‘사기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고 국회 정무위원회에도 보고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와 사기를 공모한 혐의가 없고, ‘펀드 돌려막기’ 등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연방수사국(FBI)도 회계부정 사건을 조사한 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회계부정의 피해자’라고 결론을 냈다. 투자자들의 고발에 따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압수수색했던 경찰은 금감원 발표가 나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장하원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다. 윤석열 사단은 이 사건을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금융사기’로 포장했다. 이 펀드에 장하성이 60억원을, 그의 후임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4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들어 ‘장하원이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형과 김상조의 영향력을 이용해 투자금을 모았다’는 시나리오를 짰다. 보수 언론들은 디스커버리 펀드에 ‘장하성 동생 펀드’라는 이름을 붙여 문재인 정권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는 ‘검찰발 뉴스’를 쏟아냈다.
지난 2018년 1월16일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을 공격하는 소재로도 활용됐다. 2022년 5월17일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한동훈은 곧바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켰다. 합수단은 앞서 추미애 장관이 검찰 수사권 축소 방침에 따라 폐지했던 조직이었다. 검찰은 디스커버리 사건을 합수단에 배당했다. 장하원을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 합수단을 폐지한 추미애의 결정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었음을 부각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법원, “검사가 증거자료 잘못 해석했다” 지적
검찰은 윤석열의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장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장하원이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2022년 12월30일 검찰이 장하원에게 적용한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금융사기 사건에서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전부 무죄가 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 판결은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장하원)이 펀드의 부실을 알았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의 피해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인 은행(기업은행, 하나은행)과 증권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펀드 판매원들로부터 이 사건 펀드가 고위험 상품이라는 설명은 듣지 못하였고, 오히려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투자 상품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 피해자들이 이 사건 펀드에 관해 들은 내용은 피고인(장하원)의 홍보로 인한 것이 아닌, 펀드 판매사 또는 판매원들의 과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실제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투자자는 ‘거래 은행에서 장하성, 김상조가 가입할 정도로 안전한 펀드라면서 가입을 강권하다시피 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심복’ 이복현, 1심 무죄 판결 뒤 추가 조사 지시
지난 3월4일 이복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센터빌딩에서 열린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재판부는 “검사의 일부 주장은 (증거) 자료를 잘못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며 검사들의 무지를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다. 합수단 검사들이 사모펀드의 구조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합수단이 금융 전문가로 꼽힌 검사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선전했던 검찰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윤석열 사단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윤석열의 심복으로 꼽히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나섰다. 아래 본편 링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의 다음 행보가 이어집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3940.html?h=s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의 문제적 수사를 톺아보는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의더 많은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소창에 아래 링크를 복사해 붙여넣어 읽을 수 있습니다.)
▶‘찐윤’ 이창수 사표, 윤석열 사단 ‘각자도생’ 신호탄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9518.html?h=s
▶검찰, 칠순 ‘문재인 전 사돈’ 목욕탕까지 찾아가…보복기소의 전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7145.html?h=s
▶내란 사건 “모자이크식 기소” 비난한 윤석열, 문재인 정권 수사는 더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4803.html?h=s
▶윤석열 역린 건드렸다 ‘집단 린치’ 당한 검사…핵심 참모는 승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7478.html?h=s
▶윤석열 떠나도 ‘윤석열’ 건재한 검찰, 정권교체 앞장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5167.html?h=s
▶공안검찰의 ‘용공조작사건’ 빼닮은 ‘사드 배치 지연’ 의혹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1902.html?h=s
▶검사가 국정원 대변…법원도 비판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4335.html?h=s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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