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명 거역죄로 백의종군
640㎞ 중 경남 161㎞ 달해
하룻밤 머문 ‘응취루’ 중심
테마길 추가해 19.5㎞ 정비
다솔사·낙홍정 ‘볼거리’
일부 구간 수풀 관리 안돼
동선 구분·안전시설 마련을
경상남도는 이순신 승전길에 이어 기존의 백의종군로를 새롭게 정비하고, 전남에서 시작된 수군재건로의 경남 구간(하동, 진주)을 새로 조성한다. 단순히 옛길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순신 장군이 실제 머물렀던 유숙지를 중심으로 역사와 체험, 관광을 결합한 길로 재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천시 곤양면 성내공원에 복원된 ‘응취루’.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유숙한 것으로 전해지는 응취루는 원래 현재의 곤양초등학교 부지에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이순신 장군은 1597년 음력 2월 25일 임금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돼 한성(서울)으로 압송, 3월 4일 의금부에 투옥됐다. 당시 우의정이던 정탁의 상소로 목숨을 건진 이순신은 4월 1일 옥문을 나와 도원수 권율 밑에서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후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수임된 그해 8월 3일까지 120여 일의 백의종군 여정에 올랐다. 관직을 박탈당하고 흰옷을 입은 채 생활한다고 해서 백의종군이라 부른다. 감옥에서 풀려난 4월 1일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 난중일기엔 ‘맑음, 옥문을 나오게 되었다. (중략) 더해지는 슬픈 마음을 이길 길이 없었다’며 당시 심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천시 곤양면 성내공원에 복원된 ‘응취루’.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유숙한 것으로 전해지는 응취루는 원래 현재의 곤양초등학교 부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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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의 고증에 따르면, 백의종군로는 서울에서 경기와 충청, 전북, 전남을 거쳐 경남으로 이어지며 전체 길이는 640.4㎞에 이른다. 이 중 경남 구간은 하동~산청~합천~산청~사천~하동~진주~하동의 161.5㎞에 달하는 코스다. 경남도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백의종군로 경남 구간을 한 차례 정비했다. 이후 10여 년이 흐르면서 역사적 의미에 비해 관광·체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남도는 지난해 남해안 곳곳에 남겨진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이순신 승전길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기존의 백의종군로도 다시 손보기로 했다. 이번 정비사업의 핵심은 유숙지다. 이순신 장군이 실제 머물렀던 마을을 명소화해 여행자들이 유숙체험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라 지증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사천시 곤양면 다솔사.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숙종 12년에 승려들이 힘 모아 다시 지었다.
◇사천 곤양 유숙지를 걷다=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 중 원균의 칠천량해전 대패 소식을 듣고 권율의 재가를 받아 남해안의 전황을 살펴보기 위해 노량으로 향했다. 노량에서 머물며 전황을 전해 들은 이순신 장군은 사천 곤양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머물렀다.
지난 9일 이순신 장군의 유숙지가 있는 사천을 찾았다. 현재 백의종군로 사천 구간은 사천시 곤명면 삼정마을회관 옆길에서 시작해 마곡로 소실길~원전교차로~다솔사 입구 삼거리~응취루 진입로~곤양면길~맥사리 예미골로 이어지는 약 18㎞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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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는 여기에 유숙지인 응취루를 중심으로 1.5㎞가량의 테마길을 추가해 전체 구간을 약 19.5㎞로 정비할 계획이다.
사천 구간의 핵심은 곤양면 성내공원에 복원된 ‘응취루(凝翠樓)’다. 응취루는 이순신이 머문 곤양객사의 정문이었다. 원래 곤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부근에 있었으나 1963년 철거됐다. 이후 경남도가 백의종군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2011년 성내공원에 다시 세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천시 곤양면 성내공원 입구의 비자나무.
성내공원 입구에는 곤양면 행정복지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기존 백의종군로 안내판이 방문객을 맞는다. 공원에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천연기념물인 곤양 비자나무다. 수령 300년으로 알려진 고목이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비자나무를 지나 나무계단을 따라 성내공원으로 오르면 옛 활터인 낙홍정이 나타난다. 오랜 기간 관리가 안 된 듯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조금 더 걸으면 응취루와 곤양면 사동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응취루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곤양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뜻을 모아 2019년 6월 세운 동상이다.
동상을 지나면 붉은 기둥과 기와지붕의 응취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편 계단을 따라 2층 누각에 오르자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누각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 잠시 쉬어 가기에 제격이었다. 인근에는 대나무숲을 따라 산책로도 조성돼 있어 응취루와 함께 짧게 둘러보기 좋다.
신라 지증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사천시 곤양면 다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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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숙종 12년에 승려들이 힘 모아 다시 지었다.
◇응취루 중심 체류형 관광지로= 경남도는 성내공원을 중심으로 곤양면 일대의 관광 거.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성내공원 주변에는 야간조명을 활용한 이른바 ‘빛담길’을 조성하고, 비자나무와 대나무 숲길 구간에는 다양한 쉼터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관리가 미흡한 낙홍정 일대도 정비한다.
백의종군로 사천 구간을 찾았다면 인근 다솔사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사천 구간의 다솔사 입구 삼거리에서 약 2㎞ 떨어진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찰이다. 가을이면 사찰 주변이 단풍으로 물들어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사천시 곤양면 성내공원에 복원된 ‘응취루’.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유숙한 것으로 전해지는 응취루는 원래 현재의 곤양초등학교 부지에 있었다.
사천시 곤양면 성내공원에 복원된 ‘응취루’.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유숙한 것으로 전해지는 응취루는 원래 현재의 곤양초등학교 부지에 있었다.
다솔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숙종 12년(1686)에 승려들이 힘을 모아 10년에 걸쳐 다시 짓고 복원해 크게 중흥했다. 이후 영조 24년(1748)과 1914년에도 화재로 인해 여러 전각이 불탔으나, 그때마다 중건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대양루는 잇단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되어 온 유서 깊은 건물이다.
사천 구간이 역사관광길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사천 구간은 대부분 지방도와 국도 등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일부 구간은 별도의 보행 공간이 부족하거나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아 보행자 안전시설 마련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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