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과 150만원’ 같은 반려견을 놓고 수도권 동물병원 2곳이 제시한 슬개골 탈구 수술비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20대)는 올해 2월 이 같은 ‘고무줄’ 진료비를 안내받았다고 한다. 수술 필요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한 병원은 “상태가 심각하다”며 서둘러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다른 병원은 “슬개골 탈구 2기로 당장 수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는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 3950곳을 대상으로 진찰료·입원비·혈액검사비 등 20개 진료항목을 조사한 결과, 시·도별 평균 진료비는 항목에 따라 1.1~1.7배 차이가 났다. 전년의 1.2~2배보다는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어느 지역의 동물병원을 찾느냐에 따라 보호자의 부담은 여전히 달랐다.
정부는 이런 진료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재는 지역별 최저·최고·평균·중간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국 약 4000개 동물병원이 실제로 받는 진료비를 병원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이런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9년 전에도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비와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해법이 나왔었다.
황금성오락실
농식품부가 2017년 발주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연구다. 한국수의임상포럼(KBVP)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내 19개 동물병원의 22개 기본 진료항목 등을 조사했다.
KBVP가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한국과 미국·독일의 동물병원 진료비를 비교했더니 16개 항목 가운데 한국이 더 비싼 것은 3개뿐이었다. 반면 국내 동물병원끼리 비교하면 진료비 편차가 컸다. 최고 가격이 최저 가격보다 3배 넘게 비싼 항목이 8개였고, 4배 이상 차이 나는 항목도 5개였다.
당시 KBVP 연구진은 가장 먼저 시행할 가격정책으로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를 제안했다. 다만 가격 공개에 앞서 비교할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진료코드 표준화와 반려동물 등록제, 보호자 인식 개선 등을 5대 선행정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의계는 이런 선행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별 진료비 공개가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등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의료 말살 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수의계는 같은 이름의 진료라도 동물의 체중과 건강 상태, 마취 여부, 병용 처치 등에 따라 내용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는데 가격만 나란히 공개하면 소비자가 단순히 ‘싼 병원’과 ‘비싼 병원’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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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는 “공개된 항목에서만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그 손실이 공개되지 않는 진료로 전가돼 보호자의 실제 부담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현장의 요구가 많은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4000여개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개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동물병원비 논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동물 의료와 복지를 어디까지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공·상생동물병원을 중심으로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7년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하고, 동물복지진흥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동물과더불어TF’를 출범시켰다. 동물 관련 현안을 발굴해 당의 정책과 입법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수의계 일각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감염병과 항생제 내성 등에 공동 대응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 개정과 맞물려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KBVP 관계자는 “향후 헌법 개정 때 동물보호를 국가 목표로 명시하고 동물 의료·방역 인프라와 취약계층의 동물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적 투자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에서 ‘동물의료